1963년의 가설
1963년 미국 정신과 학회지에 한 가지 가설이 발표됐다. 폭력 범죄자의 어린 시절에 3가지 행동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 동물학대, 방화 집착, 5세 이후 야뇨. 이 “맥도널드 3징후(Macdonald Triad)“는 그 후 60년 동안 범죄 프로파일링, 형사 드라마, 사회적 인식에서 자주 인용됐다.
그러나 가설 발표자 본인이 1968년 자기 이론을 검증한 결과는 의외였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 글은 한 가설이 60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고, 학계의 현재 결론은 무엇인지를 정리한다.

J.M. 맥도널드라는 사람
가설을 만든 사람은 정신과의 존 매리언 맥도널드(John Marshall Macdonald) 였다. 그는 콜로라도 정신병원(Colorado State Hospital)에서 근무하면서 살인 위협을 한 환자들을 임상적으로 관찰했고, 그 환자들의 어린 시절 보고를 정리했다.
1963년 그는 “The Threat to Kill”이라는 논문을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했다. 1964년 뉴질랜드 오타고대학(University of Otago)에서 같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중한 임상가였고, 자신의 가설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향후 연구가 필요한 임상 관찰”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가설은 후일 그의 의도보다 훨씬 강하게 받아들여졌다. 1960-70년대 미국 정신의학과 범죄학이 “객관적 예측 도구”를 찾고 있던 시기였기에, 직관적이고 단순한 그의 가설이 빠르게 표준 이론으로 변형됐다.
3가지 징후의 내용
맥도널드가 제시한 3가지 징후는 다음과 같다.
- 동물에 대한 잔인한 행동 — 어린 시절 동물 학대 행동
- 방화에 대한 집착 — 불에 대한 비정상적 관심과 행동
- 5세 이후 야뇨 — 발달 단계 이후에도 지속되는 enuresis
그는 이 3가지 중 둘 이상이 같은 사람의 어린 시절에 함께 나타나면, 후일 폭력 범죄(특히 살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가설했다. 핵심은 “3가지 중 둘 이상”이라는 조건이었다. 셋 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면 위험 신호로 봤다.
60년 동안 이 가설은 “3징후를 보인 아이는 미래의 살인자”라는 매우 단순한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됐다. 원본의 “임상 관찰”이라는 신중한 위치는 사라지고,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형사 드라마에서 “확정된 프로파일링 도구”로 자주 등장하게 됐다.

초기 지지자들
맥도널드의 가설은 1960-70년대 비슷한 임상 관찰과 함께 강화됐다.
1966년, 정신과의 다니엘 헬만(Daniel S. Hellman)과 네이선 블랙맨(Nathan Blackman)이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폭력 범죄 수감자 84명을 면담한 결과 “3징후가 상당히 자주 발견된다”고 보고했다.
1970년대, FBI 행동과학반(Behavioral Science Unit, BSU)의 존 더글러스(John Douglas), 로버트 레슬러(Robert Ressler), 앤 버지스(Ann Burgess)가 연쇄 살인범 36명을 면담했다. 그들은 “3징후가 자주 발견된다”고 보고했고, 이 결과가 FBI의 프로파일링 교육 자료에 들어가면서 가설이 사실상 “수사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FBI의 채택은 결정적이었다. FBI는 미국 형사 수사의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고, FBI 교육 자료에 들어간 이론은 자동적으로 “공식 과학”의 위치를 얻는다. 1980년대 미국 경찰관, 검사, 판사가 모두 FBI 교육에서 3징후를 “객관적 예측 도구”로 배웠다.
1968 본인의 검증 실패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맥도널드 본인이 자기 가설을 검증한 결과 다.
1968년 그는 자신의 책 “Homicidal Threats”에서 새로운 통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가 직접 조사한 “살인 위협을 한 100명 이상”의 추가 표본을 분석한 결과였다.
결론은 의외였다.
“살인 가해자와 어린 시절 방화, 동물학대, 야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즉 가설 발표 5년 만에 발표자 본인이 자기 가설을 사실상 철회한 셈이었다. 맥도널드는 “내 1963년 가설은 임상 관찰에 기반한 가설이었고, 통계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철회는 1963년 원본 가설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1963년 논문은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되어 학계와 미디어가 모두 주목했지만, 1968년의 자기 부정은 “책의 한 챕터”로만 다뤄졌다. 미디어와 대중은 1963년 버전을 기억했고, 1968년 버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FBI의 후속 연구
FBI 행동과학반의 더글러스와 레슬러도 후일 자신들의 1970년대 연구 결과를 재평가했다.
그들이 면담한 연쇄 살인범 36명을 다시 분석한 결과:
- 3징후 모두 보인 사람: 약 1/3 (약 12명)
- 3징후 중 둘 이상 보인 사람: 약 1/2 (약 18명)
- 3징후 중 하나만 보인 사람: 약 1/4 (약 9명)
- 3징후 모두 보이지 않은 사람: 약 1/6 (약 6명)
이 데이터는 “3징후가 폭력 범죄 예측의 유효 도구”라기보다는 “폭력 범죄자 중 일부에게 발견되는 패턴”에 가까웠다. 정말 예측 도구라면 3징후가 거의 모든 연쇄 살인범에게 나타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약 절반에 불과했다.
더글러스 본인이 후일 회고록에서 이를 인정했다. “우리는 36명의 표본으로 일반적 패턴을 그리려 했지만, 그 표본 자체가 너무 작았고 통계적 엄밀함도 부족했다.”
후대 연구의 결론
2000년대 이후 학계의 후속 연구는 더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
2003년, 심리학자 케네스 슈렐(Kenneth Schlesinger)이 다양한 폭력 범죄자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결과, 3징후가 폭력 범죄와 무관한 일반 인구에서도 비슷한 빈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즉 3징후는 폭력 범죄 그룹의 고유 특징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2018년 발표된 종합 비평 논문 “Not the Sum of Its Parts: A Critical Review of the MacDonald Triad”는 60년의 후속 연구를 종합한 결과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맥도널드 3징후는 폭력 범죄의 유효 예측 도구가 아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고, 다수 연구에서 3징후 중 하나만 보인 아이는 폭력 범죄와 거의 무관하다는 결과가 반복됐다.”
이 비평 논문은 2003년의 슈렐 연구를 포함해 1968년 이후 발표된 약 30편의 학술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였다. 학계의 공식 결론은 명확해졌다.

진짜 의미 — 아동 학대
그렇다면 3징후는 아무 의미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학계의 새로운 합의는 다음과 같다.
3징후 모두 “심한 아동 학대”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다.
- 동물 잔인: 학대받은 아이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분노를 분출하는 형태
- 방화 집착: 통제 욕구의 표현, 또는 학대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행동
- 5세 이후 야뇨: 만성 스트레스의 신체적 표현, 학대 환경의 결과
즉 “3징후가 폭력을 예측한다”가 아니라 “학대받은 아이가 후일 폭력 가해자가 되는 경향이 있고, 그 학대의 결과로 3징후가 나타나기도 한다”가 더 정확한 설명이다. 인과의 방향이 다른 것 이다.
이 새 해석은 매우 중요하다. 옛 해석은 “3징후를 보인 아이를 위험 신호로 분류하고 감시하자”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새 해석은 “3징후를 보인 아이가 학대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 아이를 돕자”는 정책으로 이어진다. 같은 데이터의 다른 해석이 완전히 다른 정책을 만든다.
2010년대 이후 미국 아동 복지 시스템은 점진적으로 이 새 해석을 받아들이고 있다. “3징후 = 미래 살인자”가 아니라 “3징후 = 학대받고 있을 가능성”이라는 시각으로 전환되고 있다.
신화로 남은 이유
맥도널드 3징후가 60년 동안 신화로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네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가설의 단순성. 3가지 항목을 외우면 끝이라는 단순함이 직관적으로 기억하기 쉽다. 복잡한 통계나 다요인 모델보다 훨씬 쉽게 전달된다.
둘째, 미디어 인용. 〈크리미널 마인드〉, 〈마인드 헌터〉, 〈양들의 침묵〉 같은 형사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인용되면서 대중 인식이 강화됐다. 〈마인드 헌터〉의 경우 더글러스 본인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했기에 신뢰도가 더 높게 인식됐다.
셋째, FBI 권위. FBI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이 한때 채택했다는 사실이 “공식 이론”의 권위를 부여했다. “FBI가 사용하는 이론”이라는 권위가 학문적 검증 부족을 가렸다.
넷째, 자기 강화 사이클. 사람들이 “3징후 = 위험”이라고 믿으면, 폭력 범죄자에서 3징후를 발견하려고 적극 찾는다. 발견하면 “가설이 맞았다”고 강화되고, 발견 안 되면 그 사례는 무시된다. 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전형적 사례다.
이런 이유로 60년의 검증 결과가 분명한 지금도 가설은 대중 인식에서 살아남아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교육 자료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형사 사법에 미친 실제 영향
맥도널드 3징후가 형사 사법에 실제로 미친 영향은 단순히 학문적 논쟁을 넘어선다.
프로파일링 표준화: 1970-90년대 FBI와 미국 경찰의 프로파일링 교육에 3징후가 포함됐고, 수많은 수사관이 이를 “객관적 도구”로 학습했다.
아동 정책: 일부 학교와 아동 보호 기관은 “3징후를 보인 아이”를 별도 관찰 대상으로 분류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이런 분류가 아이의 사회적 낙인을 만들었고, 정작 학대 환경 자체는 다뤄지지 않았다.
법정 증언: 일부 형사 재판에서 “피고가 어린 시절 3징후를 보였다”가 양형 가중 요인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는 학문적 근거가 부족한 증언이었음에도 받아들여졌다.
이 모든 영향이 학문적으로 부정확한 가설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이 후일 인정됐다. 그러나 이미 미친 영향은 되돌리기 어렵다.
한 가설의 60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한 가설의 60년, 한 발표자의 자기 부정, 그리고 학계의 분명한 결론. 맥도널드 3징후는 한 가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심리학적 신화는 학문적 검증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이는 심리학과 행동과학 분야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이다. “21일 습관설”, “좌뇌형/우뇌형 인간”, “마시멜로 실험의 결정론적 해석” 등도 비슷한 운명을 따랐다. 단순한 가설이 미디어와 대중 인식에서 굳어지면, 학문적 검증이 그것을 흔드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신화가 형사 사법, 교육, 미디어에서 사용되면 한 사람을 잘못 판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맥도널드 3징후가 “미래의 살인자”로 분류된 수많은 아이들 중 다수가 실제로는 학대받고 있던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이 그 결과다.
다음에 어떤 단순한 심리학적 “법칙”을 마주칠 때, 그것이 정말 검증된 것인지, 아니면 직관적이고 매력적이어서 굳어진 신화인지를 한 번 떠올려 보면 좋겠다. 60년의 시간이 한 가설을 흔들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 다른 “법칙”들도 같은 운명일 수 있다.